적성/인성 검사  -  2008/08/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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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창작 분야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구나. 오히려 있어서 감사해야하는 걸까.
양쪽 다 예상한 결과라서 별로 놀라울 것도 없네.

검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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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늦은 ETP FEST 2008 후기  -  2008/08/16 23:24

- 8月14日 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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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사진의 출처는 ETP 공식 블로그 >

DAISHI DANCE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아서 대전에서 출발한 건 4시무렵이었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도착해서 에픽하이가 공연하는 모습을 스크린으로만 보며 팔찌교환을 하러 갔고, 세팅시간에 안으로 입장.
정작 보고 싶었던 건 앞 쪽의 록밴드 공연인데 늦게 도착한 탓에 전부 끝나있었다.
개인적으로 클럽같은 장소를 별로 안 좋아하고 음악 역시 취향이 아닌게, 보컬이 거의 없고, 반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렉트로니카에 익숙치 않아서 조금 지루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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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ZZIQUAI PROJECT
클래지콰이 라이브는 처음 들어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리믹스 여러 곡에 미공개 신곡도 불렀는데 다이시댄스가 너무 길게 느껴져서 그런지 클래지콰이는 생각보다 시간이 짧았다. 실제로도 공연시간이 짧았는지는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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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o Grosso
다이시댄스와 비슷한 음악이지만 훨씬 듣기 좋았다.
관중을 제압하는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고 할까. 오버액션하는 것 같았지만 '저 사람이 뭘 할까-.' 하며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동안 이런 클럽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니까 가볍게 몸을 흔들기도 벅차서 중간에 빠져 나왔다. 역시 난 저질체력.





- 8月15日 본공연

전야제가 끝나고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찜질방으로 갔는데 수면실에 자리가 없어서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청하느라 2시간정도 밖에 자지 못했다. 전날도 4시간 정도만 잤던 터라 피로게이지 FULL MAX상태.
겨우 일어나서 씻고, 근처에서 밥먹고 9시쯤에 공연장 도착. 줄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10시 넘어서 입장을 시작했고 땡볕 아래서 땀 뻘뻘 흘리며 기다린 결과, 12시 5분 쯤에 드디어 공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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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ARASHI
저번 한국 공연 때 욱일승천기 의상을 입고 와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기에 살짝 걱정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모든 멘트를 한국어로 준비해 온 유일한 외국밴드. 멘트가 굉장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외우기 힘들었을텐데. 정성이 보였다.
안녕하시므니까. 우리들은 야마아라시이므니다, 소태지씨 피아씨 초대해 줘서 고맙스무니다. 주먹 쥬세요. (쥐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듯.) 특히나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는 저 멘트는 몇 번씩 말해서 참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도 피아씨가 불러준 건 아닐텐데, 흐흐-
첫번째 팀이라서 사운드 셋팅에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관객들 호응도 좋아서 멤버들도 기뻐하는게 눈에 보였다. 엔딩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난미래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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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a UnityI

듣고 싶었던 'CRAVE'를 불러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내가 널 어떻게 잊어'는 최고였다. 노래도 연주도 관객들의 떼창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큰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다는 승주 보컬. 이 무대에 서는 것으로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게 참 부러웠다.
그치만 긴장해서 그런지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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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BLO
본격적인 슬램 시작. 일부러 널널하게 놀고 싶어서 사이드로 빠졌는데도 갑자기 시작된 슬램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비가 온 게 이때부터였나. 자신들이 공연을 하면 꼭 비가 온다는 디아블로. 내가 공연가도 꼭 비가 오던데, 우리들 때문에 ETP에 비바람이 몰아치게됐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요. 그래도 땡볕에 통구이가 되는 것보단 낫잖아.
중반 이후로 비가 계속 내려서 이대로 젖는 것보다 우비라도 사서 입는게 낫다 싶어서 친구와 일단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때 등뒤로 들리는 거친 목소리. '기차를 만들어롸아아아아!!!'
원 만들고 슬램하고, 고래사냥으로 분위기를 한껏 절정으로 띄워주셨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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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Cab for Cutie
체력분배를 안하고 미친듯이 뛰어댔더니 지친 탓에 우비를 사서 입고 물을 마시며 데스 캡 포 큐티는 좌석에서 관람.
비는 점점 더 내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데다 디아블로 공연으로 지친 관객들이 좌석으로 옮기거나 이동하는 수가 많아져서 약간 어수선했던 공연이었다.
그렇게 앉아있다가 뭘 좀 먹어야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와 버거를 물어뜯으며 안에서 들려오는 연주를 들었는데 사운드는 정말 죽였다. CD와 라이브의 차이를 찾을 수 없었을 정도로.
그리고 The New Year를 들으며 혼자 울컥했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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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
공연장 밖에 걸려있던 현수막 중에서 내 인생의 8할은 서태지라는 문구가 있었다.
거짓말 쵸큼 보태서 내가 ETP에 온 이유 중 8할은 피아때문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애정이 마구마구 솟아나는 사랑의 밴드!

일단 오프닝이 시작되고 심지 등장. 모자를 쓰면서 취하던 귀여운 액션을 취해준다. 짜식- 나보다 오빠 맞아요?
첫 곡은 'Black Fish Swim'. 이번 EP앨범 수록곡은 'URBAN EXPLORER'랑 'SAVE US' 두 곡 불러주셨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지 반응이 별로였다. 나는 완전 신나서 소리지르고 흔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피아의 인기가 이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너무 슬퍼짐.
중간에 노래 한 곡 끝나고 요한 아부지가 멘트하려고 하는데 헤이지가 바로 다음 곡 드럼 들어가서 우리 아부지 멘트하다말고 순식간에 노래 부르신다. 아, 웃겨.
그러다 갑자기 '소용돌이'랑 '원숭이'를 불러주자 개슬램작렬! 역시 피아구나. 주변에 덩치 큰 남자 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다칠 것 같아 사이드로 살짝 빠져 나왔다.

우리 옥아버지, 우리 나라에서 이런 공연을 열 수 있는 게 너무 아름다운 일이라며, 이 공연장에 오신 분들은 컴퓨터로 mp3를 다운받아서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것의 차이가 어떤지 아실 거라고.
일단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사운드에 엄청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단순하게 표현해 심장을 울린다고 하지. 안가본 사람들은 모를꺼야.



피아
무대가 끝나고 셋팅시간. 힘들어서 쭈그리고 앉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꽃이 터져서 깜짝 놀랐다. 곧바로 스텝 분이 사고가 생겼다며 보다 안전한 공연을 위해 화약제거작업을 하겠다는. 결국 공연은 40분가량 지연.

그 지루한 시간을 달래준 건 키스타임이었다.
처음엔 아무 관객이나 클로즈업 하는 걸로 시작했다. 뭔가를 먹다가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에 깜짝 놀란 분들도 있었고, 멍-하게 있다가 잡힌 분도 있었고.
카메라맨, 제대로 웃기셨다. 스탠딩이든 좌석이든 커플만 골라내서 클로즈업 시킨다. 그리고 카메라를 위아래로 흔들흔들. 뽀뽀할 때까지 그러고 있는거다. 쑥스러워서 안한 커플도 있고, 정말로 키스하는 커플도 많았는데 대충대충 했다면 카메라맨 아저씨의 가차없는 응징. 만족스럽게 할 때까지 카메라를 흔드신다. 완전 웃겼다.
근데 남자끼리 온 사람들한테까지 카메라를 흔드시고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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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EY MAJIK
오랜 기다림 끝에 시작된 몽키매직의 공연. 이 때쯤 비도 어느 정도 그친 상태.
자신들이 형제라고 소개하시고, 일본 아티스트이지만 캐나다 출신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일본인 멤버를 보며 "We are brothers, too"라고 하셔서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니 조크라며 웃었다.
한국에서 하는 공연이 처음이시라고, 너무 고맙다 하며 공연 중에 썼던 기타가 Made in Korea 라면서 한번 들어보이시고, 나중엔 그 기타를 앞 자리에 있던 한 분에게 선물로 주셨다. 난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개인적으로 참 아끼는 밴드이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관객들 호응이 어떻지 좀 걱정했는데, 슬램할만한 분위기의 음악도 아니고 오히려 참 조용한 편이었지만 멤버들 무대매너도 좋았고 다들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하고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일본밴드이지만 캐나다 분들이라 일색이 짙지 않아 거부감이 적은 탓이기도 한 것 같다.
라이브 듣고 한번 더 반한 밴드. 최고최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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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UM THE HORMONE
빡세기로 유명한 밴드. 데스노트 주제곡인 What's Up People을 시작으로 혼자 따라 부르고 혼자 뛰고 놀았다.
자신들은 한국어를 못한다며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음악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멘트로 'we are 토호신키!'라고 했는데 토호신기는 동방신기의 일본식 밴드 명인데 관객들 대부분이 못알아 들어서 이 개그가 제대로 안먹혔다. 나를 비롯한 몇몇 분들만 킥킥대며 웃는 정도.
재미있었던 건 드러머 나오언니가 멘트 중에 갑자기 '대-한민국!'을 외치자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쳤다는 거다. 그래 놓고 자동반사라며 관객들 엄청 웃고.
엔딩곡은 신나는 'koiのメガラバ' 미쳐서 흔들고 날뛰며 밴드 이름처럼 호르몬이 맥시멈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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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 Ash

한여름 밤의 축제같던 공연. 초창기 곡들을 불러주길 은근히 원했지만 이번 공연은 레게 풍의 음악들이었다.
거칠 슬램보다는 흔들흔들 춤추는 분위기 속에서 가볍게 흔들며 놀았음. 특히나 댄서 분들 너무 귀엽다.
내 옆에 있던, 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던 청년의 한마디. '뭐꼬? 쟈들 하와이안 밴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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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sed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유즈드! 이때부터 체력 게이지가 바닥이었다.
일단 셋팅 시간이 너무 길었다. 잠도 제대로 못잤고 너무 피곤해서 기다리다 못해 땅에 주저앉아 꾸벅꾸벅 조느라 얼마나 걸린지 몰랐는데 50분 넘게 드럼셋팅만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리허설을 못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흥!
일단 첫 곡 들어가자 관객들 난리가 났다. 다른 뮤지션들은 거의 무대 중앙에서만 공연했는데 버트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무대 전체를 사용.
원곡보다 약간 느린 Taste of ink와 떼창과 FAQ가 작렬하던 Liar Liar, 마지막 곡인 Hospital 까지!
ETP 라인업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밴드. 제일 보고 싶었던 밴드였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실망스런 부분도 조금 있었다.  사운드에도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공연 당시는 신나게 뛰고 노느라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못했다. 즐기는 분위기 자체는 좋았지만 그 나머지는 So-so.

그리고 말도 많았던 '아리가또'논란은 글쎄, 버트랑 말이 통해야 저게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텐데. 확실히 그 순간에는 다들 '뭐야, 이 자식아!!' 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어로 안 할거면 차라리 전부 영어로 하던가. 장난이라고 해도 좀 꽁기꽁기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버트. 실제로 보니까 정말 잭 블랙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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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TAIJI
유즈드의 공연이 끝나고 셋팅시간. 갑자기 모아이 싱글자켓의 태아가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이 내려와 무대 전체를 가렸다. 다른 뮤지션들은 무대가 노출된 상태에서 셋팅을 했는데, 뭔가 나오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다.
한참 후, 모아이 전주가 흐르며 무대를 가리던 천이 떨어지고 무대 위에 매달려 있던 우주선같은 구조물이 천천히 내려온다. 투명한 유리덮개 안으로 보이는 건 그 속에 누워있는 서태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길래 인형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간 마이크를 꺼내들며 노래하는, 진짜 서태지였다. 
세 곡 정도 부르고 멘트를 하는데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태지 밴드에요. 저는 서태지라고 합니다.'
영상에서 보던 거랑 똑같다. 목소리도, 소년같은 모습도. 신기해. 그리고 그렇게 소개 안해도 당신 서태지인거 다 알아요! 으아아아아!
특이했던 건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부 일어나있었다. 서태지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나처럼 다른 밴드를 보러 온 관객들도 전부 서태지팬이 된 것 마냥 떼창하고. 호응도는 최고였던 것 같다.
멤버들 소개할 때는 탑한테는 탑엄마, 나중에 노래 부르다가 탑마미라고도 했고, 키보드, 베이스는 오뚜기? 미정씨 이런 식으로 말한 것 같다. 근데 드러머는 '우리 밴드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라고 해서 드러머 분이 화난 척 하며 드럼을 쾅 내려쳤다. 그래도 끝까지 소개 안해주는 매정한 서태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벌써 16년이에요. 16년간 많은 일이 있었죠? 이젠 이 노래를 편하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하며 어떤 노래를 불렀다. 모르는 곡이었는데 태지와 팬들 사이에 뭔가 사연이 있는 곡이 아닐까 싶은 슬픈 노래. 가끔씩 카메라가 스크린에 스탠딩매니아를 비쳐줬는데 다들 울고있었다. 내 주위에 있던 남자 매니아들도 '태지혀어어엉-' 을 외치며 울먹거리기도 하고.
그 노래가 끝나고 뭔가 멘트를 하려고 마이크를 입 쪽에 가져갔다가 감정이 울컥했는지 아무 말도 못하는 서태지. 16년의 세월을 다 알지 못하는 내가 듣기에도 마음이 참 아팠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며 2008년에도 한맺힌 게 많죠? 라며 시대유감을 불렀다.

기억 나는 셋리스트는 필승, TAKE2, TAKE4, , Heffy End, 인터넷전쟁, 슬픈 아픔, T'Ikt'Ak, Human Dream, LIVE WIRE .
마지막에 밴드 멤버들이 가운데로 나와서 서태지랑 껴안는다. 그리고 뭔가 춤같은 걸 춘 다음에 관중들을 배경으로 뒤돌아 사진 찍고 퇴장.

서태지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방송이나 사진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공연 보는 내내 서태지라는 사람은 팬들을 참 아낀다는 게 눈에 보였다. 노래부를 때도, 멘트를 할 때도 무대를 훑어보며 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눈 속에 담고 있는 그런 느낌. 팬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그와 더불어 내가 서태지와 같은 시대 살고 있다는게 기뻤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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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MANSON
반은 스탠딩에서, 반은 좌석에서 본 맨슨언니.
셋팅 시간에 어느 구역에선가 들린 '이명박 나와라!!'  지금 우리 맨슨언니 무시하나염? 어디다 뭘 들이대는거냐!

늦은 시간과 계속 쏟아지는 비로 인해 시작 전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맨슨언니 나오기 전까지 무지 피곤하지만 뭘 입고 나올지, 메이크업은 어떻게 했을지, 헤어스타일은 어떨지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다보니 셋팅이 다 끝났는지 무대 위에서 드라이아이스 같은 게 뿜어져 나오고, 검은색 의상에 식칼마이크를 들고 나온 맨슨. 무려 치마까지 입었다!!
근데 이 언니가 공연 중에 자꾸 바지를 벗질 않나, 마이크를 휙휙 집어던지질 않나. 불쌍한 건 맨슨이 마이크를 던질 때마다 잽싸게 튀어나와 마이크스탠드를 세워놓고 새 마이크를 꽂고 사라지는 스탭 분. VIP스텝 시켜줘야해.
그리고 중간중간에 자꾸 마이크로 웨스 가슴팍을 툭툭 때리는데, 좀 아껴주라고! 아프겠다.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노래 부르는 맨슨 언니, 역시 퍼포먼스는 최고다.
저번 단독공연을 다녀오신 맨슨팬들은 단공보다 더 오래했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하고.
공연이 끝난 시간은 새벽 1시 30분쯤. 예정시간보다 2시간은 넘어서 끝났다.


[+] 일단은, 서태지한테 참 고맙다. 이런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줘서.
13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공연이었다.
락페의 매력 중 하나인, 자리에 상관없이 앞에서 환호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뒤에서 느긋하게 보고 싶으면 뒤로 빠져서 쉬고. 체력의 한계를 느껴 절반 정도를 뒷자리에서 즐겼는데도 참 행복하더라. 이렇게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안고 가는가 싶어서 기쁘기도 하고.

음악의 향연.
잘 아는 밴드건 처음 듣는 밴드건 상관없이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었던 우리들만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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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Talk #8  -  2008/08/13 02:36

08.08.05_ 00:17
언니가 '동네 슈퍼가는 패션'이라고 일컬은 청반바지, 굴러다니는 티셔츠, 샌들에 휴대폰 하나 달랑달랑 들고 미이라3 보고 왔다.
스토리 자체가 어이없기도 하고, 이게 코메디인지 분간이 안 가기도 하고, 전혀 안어울릴 만한 것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뭐 돈 내고 봤으면 쵸큼 아까웠을 만한 영화. 공짜로 잘 봤음!
그리고 연걸 오빠 나오는 줄은 정말 몰랐어♥

08.08.05_ 18:30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다가 올해 초 회사에 다니면서 썼던 일기들을 읽었다.
사무실이 이전했을 때의 안도감, 일이 안 풀리고 전부 놀기만 할 때의 짜증, 속상함, 답답함, 혼란스러움 등등,
여러 감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
한번 제대로 해보려고 무던히도 발버둥쳤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났다. 이제 다시는 그 지긋지긋한 인간들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드는 한편, 오랜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허탈함에 더 슬프다. 다음 번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크고.
정말 난 이 길로 가도 되는 걸까. 이 길이 나한테 맞는 길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08.08.07_ 01:45
낮에 장보러 집더하기에 가서 숙주나물이랑 메추리알 사왔다. 1년 전부터 그렇게 먹고 싶다고 노래까지 불렀던 숙주나물무침이랑 메추리알 장조림 해먹으려고.
역시나 재료를 사와도 가족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라면과 계란후라이만이 전부였던 내 요리 인생에 과연 저 두 메뉴가 성공작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해놓고 완전 맛없으면 어쩌지.

08.08.08_ 00:14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위해 '내가 듣고 싶은' 노래보다 '뭔가 있어 보이는' 노래로 싸이 배경음악을 고르는 인간.
일본음악 듣는다고 쪽빠리, 일빠, 매국노라며 뒤에서 까댈 때는 언제고 시부야계 음악에 꽂혔다느니 하며
몬도그로소, 다이시댄스, 엠플로 찬양을 외쳐대는 너라는 인간. 진심으로 재수없다.
난 최소한 너처럼 가식적으로는 살지 않아.

08.08.10_ 14:28
깨진 유리창에 동생놈 팔이 찢어져서 병원에 입원했다. 인대랑 신경에 문제 생겨서 월요일에 수술한다는데,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안좋았던 녀석이라 여러가지 문제가 많아서 골치썩는 중.
덕분에 난 사람죽이고 뒷처리하는 살인자가 된 기분으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닦고 유리창을 치우고. 괜히 머리아프네.
그리고 여전히 입만 살아 병원밥 맛없다고 쳐먹지도 않고, 심심하다고 궁시렁 궁시렁대는, 입원한 환자치고는 상당히 팔팔한 동생의 상태에 더 짜증난다

08.08.11_ 15:45
대학병원 십장생들. 주말은 교수님이 안 계셔서 수술을 못한다는 둥, 전에 동생이 다니던 서울 병원에 가서 뭘 가져와야 한다는 둥 하며 주말 내내 병실에 사람을 쳐박아놓더니 오늘 겨우 수술을 마쳤다.
최악의 경우 일년 후에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고. 에휴-
한달 반이나 더 깁스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데 더위에 약한 동생은 엄청 고생하겠네. 뭐 자업자득이지만 불쌍하긴 하다.
병원에 엄마 혼자 있어서 가 볼까 하고 전화했더니 안 와도 된다고.
기운 없고 피곤해 보이는 엄마 목소리를 괜히 내가 더 속상하기도 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몹시나 심란하고 정신없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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